[비마이너] 경주 장애인시설, 장애인 불법입소 이어 입소자 성추행까지...
페이지 정보

본문




경주의 한 사회복지법인 대표이사가 장애인 부모에게 거액의 기부금을 받고 시설에 등록도 하지 않은 채 장애인들을 불법 거주시켜 논란을 일으키는 가운데, 같은 사회복지법인에서 입소자 성추행 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상록수(경북 경주시 산내면 대현길)는 장애인거주시설인 선인재활원과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인 선명직업재활원을 운영하고 있다. 박창숙 상록수 대표이사는 선명직업재활원 소속 장애인 7명에게 1천~2천만 원가량의 입소보증금을 받고 선인재활원에 거주하게 했다. 하지만 박창숙 대표이사는 이들을 재활원에 등록조차 하지 않았다. 21일 <뉴스민>의 취재과정에서 박창숙 대표이사가 장애인 부모에게 받은 입소보증금은 재활원의 정식 후원계좌에는 없는 사실을 확인했고, “박창숙 대표이사가 입소보증금을 챙겼다”는 내부고발도 있었다.
박창숙 대표이사는 1988년, 1996년 장애인시설 효정원에 있을 당시에도 입소보증금 명목의 돈을 받고 미등록 상태로 장애인들을 입소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1996년 당시 효정원 원장이던 박창수 대표이사는 국고보조금 유용, 입원보증금 3억 5천여만 원 사기로 이후 구속돼 실형을 살기도 했다.
이에 3일 오후 2시 경주시청 앞에서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 13개 대구경북 장애인·시민단체는 “구미판 도가니 사건에 이어 경주에서 또다시 장애인시설의 시설비리,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 ▲ⓒ뉴스민 |
이들은 “관리감독 주체인 경주시청은 상록수 법인이 미등록 입소자에게 불법적으로 돈을 받고 시설에 거주시키고 있는 사실을 인지조차 못 하고 있었다”고 경주시청을 규탄하면서 ▲상록수 법인 박창숙 대표이사 처벌 ▲법인 이사진 전원 해임 및 법인 해산 ▲법인 산하 시설 즉각 폐쇄 ▲거주인 탈시설 지원책 마련을 촉구했다.
노금호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장은 “2년 전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온 나라가 시끄러웠다. 장애인 집단 수용 시설의 성추행, 가혹행위 등에 대해 온 나라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처럼 시끄럽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런 일이 아무렇지 않게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장애인들이 사회와 격리되어 집단 수용되고, 소수 법인 구성원들이 사유화된 시설을 폐쇄적으로 운영하는 이상 장애인시설 거주인에 대한 인권유린은 지속해서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시 복지지원과 장애인지원담당은 “경주시가 7명의 미등록 입소자들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중이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가신 분도 있다. 아직 거주하고 계신 분들에 대해서도 당사자와 보호자가 원하는 대로 시설 이전이나 귀가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권오순 선인재활원 원장은 지난달 <뉴스민>과의 인터뷰에서 “(문제가 된)미동록 입소자에 대해 공식적인 절차를 통해 등록시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4일 현재까지 선인재활원에 새로 등록한 장애인은 없다. 경주시 장애인지원담당 관계자는 “아직 시청에 (입소 관련) 새로 등록 신청을 한 사람은 없다”며 “선인재활원은 이미 행정 운영상의 문제로 행정조치가 내려져 새로운 입소자 등록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한편, 선인재활원은 정식으로 입소 절차를 밟겠다고 했다. 권오순 원장은 “현재 7명의 미등록 거주자 중 3분이 정식으로 입소하겠다고 했고, 1분은 집으로 돌아갔다”며 “어려움이 있겠지만, 시청에 정식 입소 신청을 하고, 입소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입소자 성추행 문제도 불거져··· 성추행 피해자 조치 논란
“시설 이전은 현실적 대책 아냐, 피해자의 자립 생활 대책 마련해야“
한편, 선인재활원 입소자 중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조치도 논란이 됐다.
지난 3월, 경주시는 선명직업재활원 직원이 선인재활원 입소자를 성추행했다며 경상북도경찰청 성폭력전담수사대에 고발한 바 있다. 같은 달, 가해 직원은 퇴사되었고 이 사건은 현재 검찰에 송치됐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장애인 단체 등 13개 단체는 “피해 거주인이 여전히 성추행 가해가 발생한 공간에 있으며, 오히려 피해자를 다그치는 이사장의 폭언과 추궁으로 지속적인 2차 피해에 노출되고 있다”며 “피해자는 퇴소 의사가 분명하게 있기 때문에 시에서 피해자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경주시청 복지지원과 장애인복지담당은 “(성추행) 피해자가 원하는 대로(퇴소, 시설 이전 등) 조치를 해주기로 했다. 당장 옮길 수 있는 시설을 안내해 줬고, 피해자에게 마음의 결정이 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피해자에게 다른 시설이란 또 다른 가해가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다른 시설로 옮기는 것은 현실적인 대책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시설을 나왔을 때, 긴급구제나 활동보호서비스 등 실질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자립 생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오후 3시 기자회견을 마치고 장애인·시민단체 대표단은 상록수 문제 해결을 위해 경주시 복지지원과와 면담을 했다.
이들은 경주시와 ▲기존 성추행 피해자 상담지원을 진행해왔던 경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와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상담 및 지원 대책 마련 ▲경주시-경북지역 인권시민단체 공식적인 논의테이블 마련 및 정기적인 논의 진행 ▲요구안에 대한 답변서(조치이행 상황) 5일까지 공문 회신할 것을 합의했다. (기사제휴=뉴스민)
김규현 뉴스민 기자 gyuhyun@newsmin.co.kr
- 이전글[비마이너] '중복3급'이 주요 장애인 복지 '커트라인'되나? 14.09.19
- 다음글[비마이너] 취약계층 위한 공공후견사업, 1년 성적표는? 14.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