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공중에서 덜컹거리는 휠체어 리프트, 정말 '안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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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모차도 합세 "아이도 엄마도 안전하게 이동하자"2014.10.07 21:43 입력
▲저녁 퇴근 시간, 휠체어 탄 장애인이 계단 앞에 서 있다. 오른쪽으로는 에스컬레이터가 오가고, 계단으로는 사람들이 바삐 스쳐 간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지하철역사, 장애인은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해야만 움직일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역무원을 호출하고 더디게 움직이는 휠체어 리프트를 하염없이 기다려야 한다. |
저녁 퇴근 시간, 휠체어 탄 장애인이 계단 앞에 서 있다. 오른쪽으로는 에스컬레이터가 오가고, 계단으로는 사람들이 바삐 스쳐 간다. 에스컬레이터와 계단을 나누는 그 벽면에 휠체어 리프트가 달라붙어 있다. 이것을 타야 한다. 그러나 호출한 역무원은 오지 않는다. 역무원만이 휠체어 리프트를 작동할 수 있다. 그를 기다린다. 기다림 끝에 그가 왔으나 휠체어 리프트는 저 위에 있다. 역무원이 휠체어 리프트 전원을 켜서 리프트를 아래로 내린다. 지상에 도착할 때까지 이젠 역무원과 함께 휠체어 리프트를 기다린다. 리프트가 휠체어 탄 장애인 앞에 도착하고 역무원이 휠체어 뒤를 영차, 밀어 리프트에 태운다. 리프트가 움직인다. 리프트를 탄 몸이 공중에 붕 뜬다. 조금씩 덜컹거리고 흔들리며 공중부양하듯 계단을 오른다. 바쁘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듯 힐끔, 바라본다.
그가 그렇게 올라가는 사이, 그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 또 다른 휠체어 탄 장애인이 아래서 그를 물끄러미 올려다본다. 나도 저거 타야 하는데, 언제쯤 탈 수 있을까. 리프트는 저 위에 올라갔다 다시 내려와야 한다. 장애인의 시간은 무한정이란 말인가. 조금 돌아가더라도 엘리베이터가 있는 역에서 내릴걸 그랬나, 때늦은 후회만 해본다.
휠체어 리프트는 이토록 느리고 무엇보다, 위험하다. 휠체어 리프트 추락 사고로 장애인이 사망하고 다쳤으며 사고로 더욱 중한 장애를 입기도 했다.
이는 엘리베이터 없이 휠체어 리프트만 설치된 지하철 역사에서 휠체어 탄 장애인이 흔히 겪는 일이기도 하다. 예를 들면 광화문역이라던가. 그래서 광화문역을 주로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광화문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하는 ‘광엘모(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 모임)’를 꾸렸다.
이들은 지난 9월 23일 실제 리프트를 타며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10월 7일부터 이달 말까지 매일 저녁 6시 리프트를 타며 1인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이들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비장애인은 4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25분가량 걸린다고 밝혔다.
이날 휠체어 리프트에 탑승해 1인시위를 한 상상행동 장애와여성 마실 김광이 대표는 “장애인들은 리프트를 탈 때마다 이동 중에 멈출까 봐, 추락할까 싶어 목숨을 내놓고 탄다. 방지할 수 있는 문제임에도 이에 대한 익숙함이 사고를 방치하고 있다.”라며 “이를 더는 무심하게 보지 말아 달라”며 지나가는 시민에게 호소했다.
노유리 씨(28세)도 광화문역사 엘리베이터 설치에 힘을 보태기 위해 유모차를 끌고 왔다. 8개월 된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노 씨는 “엘리베이터 없는 역사에 오면 아이를 업고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거나, 지나가는 시민을 붙잡아 유모차를 들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러나 아이가 벌써 10kg이라 들기도 힘들고 광화문역의 경우 계단도 많아 힘들다.”라고 토로했다.
노 씨는 “힘들어서 에스켈레이터를 이용하려고 하면 가운데 봉이 설치되어 있어 이마저도 쉽지 않다”며 “언젠가 쌍둥이 유모차가 휠체어 리프트를 타는 광경을 보게 되었는데, 그 때 아이 어머니의 불안한 표정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이 대표가 휠체어 리프트를 직접 타며 리프트의 위험성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그 옆에서 노유리 씨가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하는 피켓을 들고 함께 걸어 내려오고 있다. 노 씨는 8개월 된 아이를 둔 엄마로 "유모차 또한 엘리베이터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
현재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사에 대한 승강편의시설 설치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용역을 시행 중이다. 광화문역사는 11월 말에 이 결과에 따라 엘리베이터 설치를 검토할 계획이다.
광엘모는 “리프트는 편의시설이 아니다”라며 “도시철도공사는 구조적 문제라는 핑계를 대지 말고,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답을 내야하고, 서울시는 이에 필요한 예산을 반드시 편성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서울 5~8호선 지하철 역 중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아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지상에서 대합실을 거쳐 승강장까지 하나의 동선에 따라 움직이지 못하는 역은 총 28개에 달한다.
▲휠체어 리프트를 타면 사람들의 시선이 자연히 모인다. 이러한 사람들의 시선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들이 불편을 토하는 요소 중 하나다. |
▲광엘모 회원이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이동시간을 비교한 피켓을 든 채 리프트를 타며 광화문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비장애인은 4분,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25분가량 걸린다고 밝혔다. |
▲바쁘게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로 유모차가 휠체어 리프트를 타고 내려오고 있다. 유모차엔 안전상의 이유로 실제 아기가 아닌 인형이 타고 있다. |
▲광화문역을 주로 이용하는 장애인 당사자들이 광화문역사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하는 ‘광엘모(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 모임)’를 꾸렸다. 이들은 지난 9월 23일 실제 리프트를 타며 기자회견을 열고 10월 7일부터는 이달 말까지 매일 저녁 6시 리프트를 타며 1인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광엘모 회원들이 7일 1인시위를 시작하기에 앞서 약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를 촉구하는 사람들 앞을 바삐 지나가는 시민들. |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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