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휠체어 타는 장애인에겐 6호선 보문역이 ‘지옥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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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부터 엘리베이터 설치 요구했으나 번번이 좌초돼2014.10.21 22:03 입력
▲'보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촉구 기자회견'이 끝난 뒤, 휠체어 탄 장애인들이 지상으로 나가기 위해 리프트를 기다리고 있다. 기자회견을 한 매표소에서 지상까지 나가기 위해선 리프트를 두 번 갈아타야 한다. |
서울의 우이동과 신설동을 잇는 경전철 공사 구간 중 하나인 6호선 보문역에 휠체어 탄 중증장애인들이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나섰다.
현재 보문역은 지하철 승강장에서 매표소까지 올라오는 구간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으나 매표소에서 지상까지는 엘리베이터 없이 휠체어리프트만 있다. 이마저도 휠체어리프트를 두 번 갈아타야 하고 지상으로 올라오는 리프트는 8개 출구 중 8번 출구 한 곳에만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사정 때문에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 승강장에서 지상까지 15~2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된다.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뿐만 아니라 휠체어 이용자에게 리프트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시설물이다. 지하철역 리프트 추락 사고로 장애인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들은 “휠체어리프트는 편의시설이 아니다”라고 지적한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에 따르면 보문역 8개 출구 중 7, 8번 출구를 제외한 모든 출구의 지하에 화장실 같은 구조물이 있어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기 어렵다. 7, 8번 출구 쪽에만 엘리베이터를 설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지상의 인도 폭이 좁고 사유지가 가까이 있어 엘리베이터 설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즉,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려면 주변 상가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이 때문에 ‘우이~신설 경전철’ 공사를 발주한 서울시에서 직접 엘리베이터 설치와 관련해 현재 주변 건물주와 협의 중이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들은 2016년에 완공되는 경전철 공사를 앞두고 이번에야말로 보문역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2000년도에 개통된 보문역은 과거에도 몇 차례 엘리베이터 설치 계획이 논의됐으나 비슷한 이유로 번번이 좌초돼 왔기 때문이다.
보문역이 위치한 성북구에 사무실이 있는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성북센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등은 21일 오후 2시 보문역 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을 위해 보문역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라고 요구했다.
▲성북구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판 등은 21일 오후 2시 보문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 등 교통약자들을 위해 보문역에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다. |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권을 보장하라"는 내용의 피켓. |
성북센터 이원교 소장은 출근을 위해 매일 보문역을 이용한다. 2005년부터 성북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소장은 “지난 10년 동안 엘리베이터 설치를 요구했다”라며 “보문역 측은 경전철이 들어오면 (엘리베이터를) 설치해준다며 계속 기다리라고만 했다. 그러나 경전철 공사는 2014년 완공에서 2016년 완공으로 지연됐고 더는 기다릴 수 없다.”라고 밝혔다.
이 소장은 특히 지하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는 구간이 불편하다고 이야기했다. 지상으로 나가는 휠체어리프트가 설치된 8번 출구는 통로 자체가 협소해 리프트 이용 시 통로의 2/3가량을 차지한다. 리프트 곁으로 겨우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정도의 공간이 남을 뿐이다. 사람이 오가는 분주한 시간대엔 리프트 탄 장애인이도, 오가는 보행자도 모두 불편하고 불안하다.
이 소장은 “걸음이 느린 어르신들은 빨리 피하지 못한다”라며 “리프트를 탄 채 종종 ‘비켜달라’고 외치지만 귀에 이어폰을 꽂고 스마트폰을 보며 지나가는 사람들은 이를 듣지도 보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실제 몇 번 부딪힌 경우도 있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지하철 출구 천장이 반오픈형이어서 눈·비가 오는 날엔 이를 고스란히 맞으며 올라와야 한다. 기자회견을 한 이날도 이 소장은 내리는 비를 맞으며 지상으로 올라왔다.
이 소장은 “지하철 출구에 천장 설치를 요구했으나 주변 상가 간판을 가린다는 이유로 반대에 부딪힌 걸로 안다”라며 “통로가 좁아 옆에서 활동보조인이 우산을 씌워줄 수도 없어 눈·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맞아야 한다”라고 전했다.
▲성북장애인자립생활센터 이원교 소장이 리프트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다. 이 소장은 좁은 통로와 반오픈형 천장으로 불편함이 많다고 호소했다. |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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