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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감히 해외여행을 떠난 기초수급권자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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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누리CIL
댓글 0건 조회 3,441회 작성일 14-10-23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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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해외여행을 떠난 기초수급권자를 위하여!트위터미투데이링크나우페이스북 '채무자'가 된 수급권자?
권리자의 품행을 따질 자격, 그 누구에게도 없다.2014.10.22 21:00 입력 | 2014.10.20 21:19 수정

지난달 아주 자극적인 기사 하나가 눈에 띠었다. 기초생활수급권자들의 해외여행에 대한 기사였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기초생활수급자 중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이 54만 명, 출국 건수가 107만 건 정도라고 한다. 한 해 대략 10만 명 정도의 사람이 2회 정도 출국을 한 셈이다. 사람들의 화를 돋울 만한 통계가 몇 가지 덧붙여졌는데, 기초생활수급자 중 5만 4천 명이 차량을 보유하고 있고, 이 중 2천 명은 차량을 두 대 이상 보유하고 있었으며, 무자격자의 부정수령액은 308억 원이나 되었다는 것이다.

 

▲YTN은 21일 <구멍 뚫린 기초생활보장제도...'해외여행' 100만 건>이라는 기사를 통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잦은 해외여행을 가는 등 '자산가'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를 했다. 이와 함께 매년 기초생활 수급비 부정수급 사례가 늘어나 복지 예산이 줄줄 새고 있다는 비판도 곁들였다. ⓒYTN

 

당연한 반응이겠지만 -그리고 정부와 여당이 바로 이 반응을 노리고 언론에 자료를 보낸 것이겠지만, 보도를 접한 시민들의 분노가 일었다. ‘겨우 밥이나 먹고 사는 줄 알았는데 내가 낸 세금으로 해외여행까지 하며 놀고먹는다 이거지’하는 심정 아니었을까. 게 중에는 도대체 수급자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냐는 비난에, 복지에 너무 돈을 펑펑 써서 나라살림 거덜 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지난 5년 간 30억 원, 그러니까 한 해 평균 60억 원 정도가 잘못 지급되었다니 문제가 있어 보이기는 한다.

 

그런데 부정한 방식으로 공적 자금을 용돈처럼 타 쓰는 사람까지 옹호할 생각은 없지만 이 기사를 보니 어째 찜찜한 구석이 남는다.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해 뭔가 불순한 것을 이루어보려는 아름답지 못한 의도가 감지된다고 할까.

 

일단 평정심을 촉구하며 한 마디 해두자면 기초생활수급권에 붙어 있는 좀도둑의 규모가 특별히 큰 것은 아니다. 최근 발표된 또 다른 국고 도둑질 자료를 참고해보자. 뇌물이나 향응, 공금횡령으로 적발된 공무원들에게 부과된 징계금이라는 게 있다. 국민의 세금을 관리하는 국세청 한 기관만 하더라도 작년 한 해 24억 원의 징계금을 부과 받았다(전직 청장이 세금무마용으로 기업에서 받은 수십억 같은 돈은 포함되지 않는다).


도둑을 잡는 경찰이 스스로의 도둑질이나 범죄 때문에 물게 된 과징금도 작년 한 해 14억 원이다. 국고에 들어올 돈을 면제해주는 대가로 본인들이 뭔가를 챙긴 것이다(과징금이라는 게 5배 부과되는 것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부정하게 면해준 돈의 규모를 생각하면 오히려 늘려 잡아야 할지도 모르겠다). 어떻든 국민세금에서 나온 돈으로 생활하면서 국부를 갉아먹고 별도의 부정한 수입을 올리는 사람은 국세청에도, 경찰에도, 검찰에도 있다는 말이다(1인당 과징금 규모는 검찰이 1억 3천만 원으로 제일 많다). 모집단 규모를 생각해서 1인으로 환산하면 부정한 간의 크기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의 경우가 이들에 비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공적자금이 투입된 기업이나 은행에서 벌어진 비리의 규모를 이야기하면 돈의 단위가 너무 달라지므로 논외로 하자.).

 

물론 도둑놈의 간 크기를 비교하는 게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해외여행 자료를 찾아보다가 씁쓸한 글 하나를 보았다. 기초생활수급자 가구의 한 대학생이 네이버 지식인에 뭔가 걱정되고 찔리는 게 있어 올린 글이었다(이번 기초생활수급자의 해외여행건이 이슈가 되기 전에 올린 것이다).


아마 그는 학교에서 장학금 50만 원 받은 모양이다. 그리고 학교에서 뭔가 도움을 줘서 중국에 2박 3일 정도 다녀올 수 있게 된 모양이다. 문제는 지난여름에 두 달 가까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도 하고 과외도 하고 생활비도 쥐어짜가며 외국에 다녀왔다는 게 본인의 하소연이다. 또래 친구들의 해외경험 이야기도 들었을 것이고 꿈을 가진 젊은이로서 어떻게든 나가보고 싶었을 것이다. 어머니가 혼자 생활비를 대는데 자신이 외국에 다녀온 게 마음에도 걸리고 남들 눈에도 사치스럽다고 보일 것 같아 자책하면서도 학교가 비용 일부를 부담해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고 했다.

 

그 글을 보며 참 씁쓸했다. 네이버 지식인에 올린 물음이 무슨 하소연 같았기 때문이다. 사실 물음의 요지는 간단했다. 지난번에 해외를 다녀왔는데 중국에 한 번 또 나갔다 오면 기초생활수급권을 빼앗기는지, 지난번처럼 동사무소 직원과 상의를 하는 게 좋을지, 그런 내용이었다. 무슨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보호관찰대상자도 아닌데 외국에 나갈 때마다 마음을 졸이며 동사무소 직원과 상의하는 젊은이라니. 참 서글픈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저렇게 해외에 나갈 수 있는 걸 보면 기초생활수급권 대상자가 아닌 것 아니냐고 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기초생활수급권은 해외여행 유무로 갈리는 게 아니다.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고(월소득액 1인가구 60만 원, 4인가구 163만 원)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그 능력이 없는 경우에는 법적으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될 수 있다. 부정한 소득을 찾아냈다면 모를까 그가 수급권으로 받은 돈의 사용처까지 통제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기초생활수급권이란 말 그대로 ‘권리’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이라면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공감대에서 만든 ‘사회적 권리’이다. 그가 그 ‘최소한의 생활’을 위해 준 돈을 밥 먹는 데만 쓰든, 책을 사보든, 여행을 하든, 자기의 인간다운 삶을 어떻게 규정할지는 그 권리자가 정할 문제라는 말이다. 밥 먹는 곳에 쓰지 않으면 ‘어, 먹고 살만 하나보지?’라고 보는 것이야말로 동물적 수준에서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태도일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 50만 명이 지난 5년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말이 그렇게 충격적인가. 5년 동안의 통계이니 따져보면 한 해 10만 명 정도 다녀온 셈인데,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해외여행자수는 1484만 명이고 올해는 1500만 명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전체 인구 대비로 보면 일반 시민의 경우 세 명 중 한 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온 셈인데(사실 요즘 동남아패키지 여행은 2-30만 원 하는 상품도 있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는 열 명 중 한 명밖에 되지 않는다. 당연한 통계이다. 사는 게 어렵다보니 세 명 중에 한 명 가는 해외를 열 명 중 한 명 가는 것이다.

 

▲YTN은 21일 <구멍 뚫린 기초생활보장제도...'해외여행' 100만 건>이라는 기사를 통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들이 잦은 해외여행을 가는 등 '자산가'로 의심되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를 했다. 이에 부정수급으로 의심되는 이러한 사례에 대한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YTN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와 부양의무자의 소득과 재산, 근로능력 규정에 위배된 것이 없으면(사실 이 제도도 문제가 많기는 하지만 어쨌든) 기초생활수급권에 어떤 문제가 될 수는 없다. 그런데 올해 해외에 나가지 않은 2/3의 사람들을 분노케 해서 기초생활수급권 제도를 공격하고 더 나아가 복지제도 일반을 공격하려는 이유가 무엇일까. 부자감세를 통한 세수부족을 복지축소에서 얻으려는 생각, 가난한 자들에게 들어가는 돈을 어떻게든 줄여보려는 나쁜 심보가 배후에 있는 것은 아닐까.

 

이탈리아의 젊은 철학자 라짜라토는 <부채인간>이라는 책에서 신자유주의가 본격화되면서 ‘사회적 권리’를 ‘사회적 부채’로 전환하는 일이 여기저기서 일어나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소위 ‘사회적 권리’가 종언을 고하고 거기에 ‘채무자 윤리’가 들어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적절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기초생활수급권이나 실업급여, 장애인연금 등등 우리 사회가 그 성원들에게 최소한의 당연한 권리로서 보장하고 있는 것을, 신자유주의의 집권자들은 공동의 부에 대한 손실 내지 부담으로 몰아세우며, 권리의 수혜자들을 사회에 빚을 진 존재, 즉 채무자로 만들고 있다. ‘기초생활수급권자 주제에 해외여행이라니’하는 도덕적 시선은 이미 그들을 권리자가 아니라 채무자, 사회적 부를 축내는 문제아로 보는 것이다(정작 4대강 개발로 국가에 천문학적 부채를 안기고 생태파괴를 한 이명박 같은 이도 최근 해외여행을 하지 않았던가).


권리자에게 법에 규정된 합당한 자격이 있는지, 그가 법률을 위반했는지 여부는 당국이 파악하면 될 것이다. 하지만 당국은 물론이고 우리 중 그 누구도 그 권리자의 삶의 스타일까지, 개인의 품행까지 다룰 권리를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런데도 최근 우리 사회는 기초생활보장을 받아야 하는 권리자에게 몸조심하며 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행을 많이 하지 말것, 일자리를 부지런히 찾아다닐 것, 뭔가 바람직한 행동을 하며 살아갈 것 등등. 그러다보니 규정에 문제가 없는 출입국에도 동사무소 직원과 상의를 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서글픈 풍경이 나오는 것이다.

 

자본가에게는 채무가 곧바로 가난을 의미하지 않는다. 몇 백 프로의 채무를 지고도 기업을 굴리는 것은 문제가 없으며, 돈을 빌리는 것도 그런 사람들에게는 능력으로 통한다. 그러나 서민들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채무가 많다는 것과 가난하다는 것은 동어반복에 가까운 진실이다. 하지만 주어와 술어를 바꾸어 가난을 그 자체로 채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물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점점 가난한 사람을 채무자처럼 몰아가고 있다. 예전에 ‘가난이 죄냐’고 항변하는 말이 있었는데, 가난해서 국가로부터 복지수당을 받는 사람이 있다면, 지금 분위기로는 반쯤은 ‘죄인’ 취급을 받고 있다. 일종의 ‘보호관찰 대상자’처럼 생활규범을 통제받고 있으니 말이다.

 

나는 기초생활수급권자인 주제에 ‘감히’ 해외여행을 한 해에 두 번씩이나 다녀온 사람들을 존경한다. 한편으로 그 억척스러운 생활력을 존경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회적 권리를 사회적 채무로 바꾸려는 권력자들의 음흉한 음모에 굴하지 않는 그 정신을 존경한다. 우리는 그들에게 돈을 던질 것이 아니라 그들과 더불어, 이 탐욕스러운 부자들의 정부에 돌을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글은 '수유너머R'에서 발행하는 'R-View' 99호에 실렸습니다.



고병권 수유너머R 연구원 beminor@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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