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2시, 피해자의 아버지, 부모연대 그리고 장추련은 인권위에 경찰의 인권침해와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 이가연
22일 오후 2시, 피해자의 아버지, 부모연대 그리고 장추련은 인권위에 경찰의 인권침해와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사진 이가연

한 발달장애인이 부당하게 경찰에게 체포를 당한 일이 발생해 장애계가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에 차별 진정을 제기했다. 

피해자의 아버지와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아래 장추련)는 22일 오후 2시, 인권위에 경찰의 인권침해와 장애인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피진정인은 안산 단원경찰서장, 안산 와동파출소 경찰관, 그리고 경찰청장이다. 

지난 5월 11일, 경기도 안산에 사는 발달장애인 고 아무개 씨(24세)가 집 앞에서 혼잣말하던 중, 신고를 받고 찾아온 경찰로부터 체포당했다. 당시 고 씨는 외출한 어머니와 누나를 기다리다 혼잣말을 했는데, 지나가던 행인이 ‘외국인 남성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오인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경찰이 도착해 고 씨에게 외국인 등록증을 요구하며 인정사항과 혐의사실을 물었으나, 언어로 소통이 어려운 고 씨는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다. 경찰은 고 씨가 대답을 회피하고 현장을 이탈하려 한다며 그 자리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고 씨를 뒷수갑으로 채우고 강압적으로 경찰차에 밀어 넣어 파출소로 데려갔다. 고 씨는 파출소에서도 강압적인 경찰의 태도에 불안한 나머지, 펄쩍 뛰고 귀를 막고 소리를 지르는 등 전형적인 발달장애인의 특성을 보였지만, 뒷수갑은 여전히 풀어지지 않았다. 

이후 고 씨의 어머니가 경찰서에 도착해 상황을 묻자, 경찰은 오히려 ‘장애인 아들을 목걸이도 없이 밖에 내보내면 어떻게 하냐’고 말했으며, 경찰의 고압적인 태도에 항의하는 아버지에게는 ‘당신 딸이 그렇게 신고하면 당신은 수갑을 안 채울 거냐. 이러한 식의 체포 방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고 씨는 어머니의 신원 확인을 통해 파출소에 나오게 되었으며, 신고인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혀 사건은 종결됐다. 부모연대는 “경찰은 도리어 정당한 공무집행이었고, 고 씨가 발달장애가 있는지 몰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만 늘어놓는다”라며 “경찰은 위법하고 부당한 현행범 체포와 과잉 진압을 했다. 경찰관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장애인 수사관련 매뉴얼을 개선하고 인식개선 교육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피해자 고 아무개 씨의 아버지 고현환 씨가 진정서 제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피해자 고 아무개 씨의 아버지 고현환 씨가 진정서 제출 후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가연

고 씨는 사건 이후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다. 고 씨의 아버지 고현환 씨는 “아들이 체포를 당하고 와서는 머리를 벽에 박는 등 한 달 넘게 안 하던 자해 행동을 하며 불안해한다”라며 “장애가 있는 아들을 외국인으로 인식하고 잡아갔다. 다문화 가정도 많은데 외국인도 언어가 부족하면 우리 아들처럼 잡혀가는 것 아닌가. 언어 의사표현이 어렵다는 이유로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고 씨의 대리를 맡은 나동환 장추련 변호사는 “발달장애인은 언어를 통해 스스로 권리옹호를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형사 사법절차에서 더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며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공권력에 의해 신체의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당하는 일은 절대 있어서는 안 된다. 체포 및 연행의 초기 단계에서부터 신뢰관계인 동석이나 의사소통 조력 등의 지원 규정이 필요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