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주도한 '공영장례 봉사활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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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장례를 아시나요? 많은 사람들이 공영장례의 존재를 모르거나, 무연고사망자들을 위한 장례로만 알고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족들이 장례를 치룰 경제적 여유가 없거나 개인적 사유로 장례를 거부한 경우, 시설에서 돌아가신 뒤 (상황상)장례를 치루기 어려운 경우에도 공영장례가 가능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공영장례를 전담하는 전문장례업체가 있고, 시민들의 동참으로 공영장례 문화를 주도하는 (사)나눔과나눔 이라는 단체가 있습니다.
얼마 전 발달장애인 노후준비 자조모임인 <다다르다> 회원들과 시립승화원으로 공영장례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공영장례에 대해 소개해드리는 정도였는데, 회원들께서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보이셨고 (사)나눔과나눔에 상황을 설명드린 뒤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공영장례는 매일 이루어지며, 보통 오전과 오후에 각각 2-3분씩 진행됩니다. 올해는 서울시에서만 공영장례 대상이 1,500명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상당히 큰 규모임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사)나눔과나눔의 직원분과 오랫동안 봉사활동 하셨다는 선생님께서 저희 당사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정말 쉽게 천천히 설명해주셨습니다. 저희가 모신 두 분은 상주가 안계셨기에 당사자 두 분이 상주가 되어 모시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부모님의 장례경험이 있는 분에게는 돌아가신 부모님을 기억하는 시간이 되었고, 아직 장례경험이 없는 분에게는 다가올 장례를 미리 생각하는 시간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영장례는 특성상 영정사진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돌아가신 분이 연고가 없어, 사진을 구하지 못하거나 개인정보를 문제삼는 경우 영정사진 자리에 흰 배경만 띄워놓기도 합니다. 이날은 한 분의 영정사진이 없었는데 회원 중 한 분이 "영정사진 없는 분은 어떤 분이실지 궁금해요" 라는 질문을 하시며 관심을 보이기도 하셨습니다.
간소하지만 장례의식을 치루고, 돌아가신 분의 관을 옮겨 화장장까지 모신 후 1시간 20분 정도 대기시간을 가졌습니다. 이후 화장을 치룬 유골을 수골하여 함에 모신 뒤, 승화원에 있는 유택동산에 돌아가신 분의 유골을 모시는 순서를 마치면 공영장례의 공식일정은 마무리 됩니다. 
오전에 두 분의 장례를 치루고 저희만의 후속모임을 가지며 활동후기와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났어요" "저는 몇 년 전 아버지 장례 치룰 때 생각이 많이 나네요", "제가 죽으면 친구나 사람들이 장례식에 많이 와주면 좋겠어요", "저희 엄마가 지금 2년째 요양원에 계시는데, 제가 첫째라 엄마 장례에 대한 생각도 하고 있어요. 처음으로 장례를 주도하는 경험을 한 게 나중을 준비하는 연습 같아서 도움이 많이 됐어요", "다음에 또 와서 활동하고 싶어요. 안 와본 친구들이랑 같이 와도 좋고요."
참여하신 회원들이 각자의 상황, 경험에 맞춰 다양한 생각들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알지 못하는 분의 마지막 길을 함께한다는 것은 나와같은 시민의 마지막 존엄을 지켜주는 경건한 행위입니다. 동참한 발달장애인들은 온기를 나누는 시민으로 크게 발돋움 할 수 있었을테죠.
공영장례는 특수한 누구의 일이 아닌 나에게도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일이기에, 우리가 공영장례문화에 관심을 갖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자는 이야기를 나누며 이 날의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앞으로도 공영장례에 관심 있으신 당사자, 가족분들이 계시다면 함께하자는 말씀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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