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열악한 유모차 보행권, '유모차는 가고 싶다'
페이지 정보
본문
부모 2000여 명, 교통약자 보행권 확보에 적극 나설 계획2014.10.09 20:15 입력
▲서포터즈 부모들과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박래학 의장 등이 '유모차는 가고 싶다!' 피켓을 들고 있다. |
서울 송파구 주민 김미연 씨는 5개월 된 아이를 기르고 있는 엄마다. 김 씨는 거리에서 유모차를 밀 때마다, 마치 '곡예 운전'을 하는 느낌이 든다. 굴곡이 심하고 기울어진 보도블록을 지나갈 때마다 덜컹거리는 유모차를 보며 아이의 안전이 걱정됐다. 행여나 인도에 주차된 차가 길을 막고 있으면, 유모차를 들고 차도로 내려가야만 한다.
김 씨는 지하철을 타는 것도 주저하게 된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역에서는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린다. 어쩔 수 없이 공익근무요원을 불러 도움을 청하면, 잘못한 것도 없는데 눈치가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승강장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타도, 사람이 많은 시간에는 유모차를 둘 공간도 마땅치 않다.
8개월 된 아이의 아빠 임호영(가명) 씨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 타는 게 어렵다. 아이가 자라면서 몸무게도 늘어나고 유모차 부피도 크지만, 시내버스 대부분이 계단이 있고 문이 좁아 유모차를 들고 타기 어렵다. 저상버스를 타면 그나마 낫지만, 정릉동 집에서 왕십리 처가까지 가는데 저상버스만 40분을 기다린 적도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유모차와 함께 외출하려는 부모들은 울퉁불퉁하고 좁은 인도, 거리의 턱, 엘리베이터 없는 지하철역, 계단버스 등에서 온갖 어려움에 부딪힌다. 이에 2000여 명의 부모가 앞장서 영유아 보행권 확보에 나섰다.
베이비뉴스, 뉴시스 등은 지난해부터 영유아,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이동권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유모차는 가고 싶다' 캠페인 서포터즈 활동을 진행해왔다. 올해에도 2000여 명의 부모가 2기 서포터즈로 활동하게 된다.
▲이날 두 대의 '타요' 저상버스 탑승 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한 부모가 쌍둥이용 유모차와 함께 버스에 탑승하고 있다. |
이들은 9일 1000여 명의 서포터즈와 가족, 서울시민이 모인 가운데 '유모차는 가고 싶다' 2기 서포터즈 소망식을 서울광장에서 열었다.
부모들은 이날 소망식 선서를 통해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 교통약자들의 보행권 확보에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은 직접 유모차를 이용하면서 겪는 불편함을 제보하고, 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알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서울시의회 박래학 의장 등도 이날 소망식에 참여해 응원의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앞으로 인도 십계명을 만들어서 보행자에게 인도를 돌려 드릴 계획"이라며 "지하철과 버스를 휠체어, 유모차 탄 어린이가 쉽게 타려면 갈 길이 멀다. 서포터즈 여러분이 제보하면, 서울시가 보행인들이 편리하도록 개선하겠다."라고 전했다.
박 시장 등은 직접 유모차를 들고 계단에 오르는 퍼포먼스에 참여하기도 했다. 소망식 전후로는 시민과 함께하는 '타요' 저상버스 시승식이 진행되기도 했다.
한편, 광화문역 엘리베이터 설치 시민모임(광엘모) 소속 장애인들도 이날 행사에 참여해 휠체어 이용 장애인과 유모차 이동권 개선을 촉구하는 선전전을 진행했다.
▲유모차 이용할 때 겪는 어려움을 조각에 적어 퍼즐을 맞추는 부스 행사가 진행됐다. 아이와 부모가 퍼즐을 맞추고 있는 모습. |
▲광엘모 회원들이 '타요' 저상버스 앞에서 장애인, 유모차 이동권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다. |
▲서포터즈 소망식 때 유모차가 계단 앞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주는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박원순 시장과 서포터즈가 유모차를 들고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 |
갈홍식 기자 redspirits@beminor.com
- 이전글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장애체험관 '오픈하우스' 참가자 모집 14.10.13
- 다음글강서구, 10월 11일~12일 구암공원 일원서 ‘허준 축제’ 개최 1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