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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말하고 싶은 이들이여, 무대에 오르라 ‘인권연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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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누리CIL
댓글 0건 조회 1,237회 작성일 14-10-14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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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고 싶은 이들이여, 무대에 오르라 ‘인권연극제’트위터미투데이링크나우페이스북 1회 인권연극제 사무국장 배은지 씨 인터뷰
“인권? 논쟁의 장까지 마련하는 것이 목표”2014.10.13 17:31 입력

일본군 위안부, 양심적 병역거부자, 삼성 반도체 피해 노동자, 팔레스타인 전쟁, 형제복지원, 퀴어, 베트남 민간인 학살, 장애인, 전태일 열사… 이 모든 주제가 하나의 장에서 펼쳐진다. 오는 17일 개막하는 1회 인권연극제 이야기다. 올해 참가 팀은 18팀. 첫 시작치고는 판이 크다.

 

사실 이렇게 커질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인권연극제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 보면, 현재 인권연극제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배은지 씨가 수업을 맡아 진행하던 용인의 한 혁신학교에서 올린 자그마한 연극제가 있다. 학기가 끝나고 해가 바뀐 지난해 1월, 수행평가로 끝나버리는 게 아쉬워서 아이들이 만든 연극을 모아 학교 안에서 연극제를 열었다. 흥미롭게도 주제들은 인권과 깊이 관계된 성소수자, 게이, 트랜스젠더, 성차별 등에 대한 것이었고 특이하게 감금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그리고 올해 1월, 배 씨가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를 확대해 대학로에서 인권연극제를 열자는 이야기가 오갔다. 인권연극제는 그렇게 시작한 축제다.

 

올해 2월 장애인문화예술 판, 성소수자 운동을 하는 극단 맥놀이, 삼성 반도체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반도체 소녀’를 만든 문화창작집단 날 등에서 활동해온 사람들이 홍대에서 모였다. 그렇게 인권연극제가 논의된 첫 번째 장에서부터 8개월이 지나고 10월 드디어 첫 번째 인권연극제의 막이 오른다. 인권연극제 사무국장 배은지 씨를 만나 '첫' 인권연극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인권연극제 사무국장 배은지 씨.


비마이너(아래 비) : 인권연극제에서 규정하는 인권, 혹은 인권연극이란 무엇인가.

 

인권연극제(아래 인) : 사람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공식적으로 ‘이거다’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인권이란 규정하기 어려운 것이기에 의견 조율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하고 싶은 개인/팀 스스로 인권연극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연극제 측에서 재단하는 것 없이 올리는 것을 첫 회 목표로 삼았다. 그러다 보니 18팀이나 됐다.

 

비 : ‘인권연극’에 대한 논의 과정에선 어떠한 이야기가 나왔나.

 

: 여러 논의가 오갔다. ‘인권 당사자가 올리는 연극이 인권연극이다’라는 주장이 있다 치자. 그럼 ‘인권 당사자만 인권연극하나?’라는 물음이 나온다. 만약 내가 장애인 당사자는 아니지만 장애인 당사자와 연극을 만들고 싶다면? 당사자가 아니므로 이는 인권연극이 아니란 말인가? 혹은 ‘인권적인 주제를 다루는 게 인권연극’이라면 ‘연극치고 인권을 다루지 않는 연극이 있는가’라는 물음이 나온다. 그럼 연극이면 다 인권연극인가?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웠다.

 

비 : 본인이 생각하는 인권연극이란 무엇인가.

 

: 당사자든 혹은 당사자 친구든, 아니면 지금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서든 인권에 대해 할 말이 있다면 그것이 인권연극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보수단체에서 그들도 인권 이야기를 하며 연극을 올린다면 어떻게 할 거냐는 물음을 받는다. 그런데 ‘이것이 인권이다/아니다’라는 것을 연극제 측이 판단하는 게 아니라 논쟁이 된다면 논쟁의 장까지 마련하는 것으로 판을 짜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재단하기 어려운, 경계선에 있는 것들도 많다. 서로 부딪히는 인권의 담론이 있다. 예를 들어 올해의 경우, ‘성노동자 권리모임 지지’가 있다. 이들은 여성인권단체에서도 공격받고 배제되는 이들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들의 참가를 환영한다.

만약 연극제 측이 그 잣대를 판가름한다면 흥겨운 축제의 장을 만들 수 없을 거라 판단했다. 모든 축제가 흥겹지만 싸움도 나는 것이다. 깽판 치는 삼촌도 있는 게 축제다.

 

비 : 기존에 인권연극제가 있긴 하나 인권이란 주로 가르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 교육을 나간다던가 하는 형식으로 인권은 다뤄졌다. 그런데 인권연극제는 그러한 인권과 연극이라는 예술이 만나는 거다. 준비과정에서 교육과 예술, 그 사이의 긴장은 없었나. 재밌고 예술성이 있어야 지속 가능하지 않겠나.

 

: 올해엔 아마추어 작품들이 많다. 재미도 없고 심지어 볼 만한 작품이 없을 수도 있다. (웃음) 관객이 와서 같이 보는 것, 그 문제에 공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서도 자신이 무언가에 할 말이 있고 이를 연극이라는 방식으로 만들어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거는 그 과정 자체에 더욱 무게를 두었다. 그래서 연극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연극이 장난이냐고. 그럼에도, 잘 되지 않으리라는 걸 알면서도 해봐야겠다.

 

비 : 제작하는 입장에선 도전이 될 수 있으나 작품의 질을 중점에 두지 않는다면 관객 입장에선 보기 괴로울 수 있다. 논의 과정에서 이에 대한 찬반도 엇갈렸을 것 같다.

 

: 많이 엇갈렸다. 그러한 토론에 지쳐 함께하지 못하게 된 이들도 있다. 현재 판이 그렇게 형성되어 있지 않다면 안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미련하지만 직접 해봐야 알겠다.

 

▲시민인권연극단의 연습 모습. ⓒ인권연극제

 

비 : ‘시민인권연극단’에 대해 설명해달라.

 

: 시민을 대상으로 인권연극단을 모집한 거다. 이는 인권연극제가 표방하는 가장 중요한 핵심인, 인권에 대해 말하고 싶은 사람들이 연극을 하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한다. 스무 명 정도 모였는데 이를 주제별로 세 팀으로 나눈 뒤 팀당 극단이 하나씩 붙었다. 액션가면팀은 노동에 대해, 탐구생활팀은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에 대해, 맥놀이팀은 친절을 가장한 차별과 억압에 대한 문제를 다룬다.

 

비 : 극장 구하는 게 힘들었다고 들었다.

 

: 우여곡절 끝에 소리아트홀 한 곳 구했다. 휠체어 접근 가능한 극장을 구하는 게 많이 힘들었다. 설령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2, 3개밖에 들어가지 않았다. 이게 법정 기준을 지킨 거다.

대학로에 총 150여 개 극장 중 휠체어 접근 가능한 극장은 10개가 채 되지 않는데, 그중 5~6개 극장은 대관료가 어마어마하다. 한 달에 3천만 원 이상이다. 비싼 극장이 시설도 좋았다. 그런데 비싼 극장에 비싼 돈 주고 꼭 대관해야 할까, 물음도 들었다. 휠체어 접근이 자본 문제와 연결되니 분했다. 소극장 중엔 극단이 직접 운영하는 곳도 있다. 이런 곳은 비상업적인 연극을 올리니 극장 유지하느라 상황이 너무 열악했다. 휠체어 편의시설을 못 갖추는 게 당연했다.

연극제가 돈 벌었을 때 그 기금을 소극장 휠체어 편의시설 설치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도 내켜 하지 않았다. “건물주에게 그런 좋은 일 하고 싶지 않다”라는 답을 들었다. 여기엔 임차인과 건물주의 갈등도 있는 거다.

그럼에도 휠체어 접근이 되지 않는 극장에 대해 고지는 하려고 한다. 무조건 휠체어 접근을 보장하라고 하긴 어려우나 휠체어 탄 사람도 연극을 보러올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없는 것은 문제 삼아야 한다. 인지 자체가 없는 곳도 있었다.

 

비 : 휠체어 이용자의 물리적 접근도 문제지만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배리어프리 문제는 어떻게 지원하나.

 

: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접근권 문제는 사실 해결하지 못했다. 그러니 휠체어 접근만이라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휠체어 접근성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인권연극제란 이름을 붙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연극이 가장 많이 모인 대학로에 휠체어 접근이 되는 곳이 없다는 것은 너무 상징적이다. 이 안에서 기필코 해내야 할 필요도 있으나 정 없다면 대학로를 포기하더라도 다른 곳을 구해서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나도 구하지 못했다면 이를 어필하면서 해나가야 했다. 개막식에선 문자통역을 지원한다.

 

▲2014 인권연극제 포스터.


‘연극은 시대의 정신이다.’ 대학로 이곳저곳에 걸려있는 문구다. 이는 마치 연극의 메카라고 불리는 대학로의 피부에 새겨진 문신 같다. 그리 살고 싶어 새겼고 그렇게 살고자 발버둥 치나 때로 삶은 그 염원을 배반하기도 한다. 저 문장을 질문으로 돌려보자. 오늘날 연극은 시대의 정신인가? 

 

준비과정에서 인권연극제팀이 무엇보다 힘겨웠던 건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 극장을 찾는 것이었다. 시설을 갖춘 극장은 한 달 대관료만 3천만 원 이상이었다. 그렇다고 시설을 갖추지 않은 소극장을 비난하기엔 그들 상황이 너무 열악했다. 그들은 그곳에서 나름의 연극적 정신을 지키기 위해 비상업적 연극을 꾸준히 제작하며 살아 버티는 이들이었다.

 

이러한 현장에서 인권연극제의 개막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말하고 싶은 이에게 말할 기회를 주는 것. 이것이 올해 처음 열리는 인권연극제가 가장 중요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의 방식을 연극으로 풀어내야 한다. 대중과 극장에서 만나야 한다. 들어주는 이가 있을 때 독백이 아닌 대화가 될 수 있다. 올해 처음 시도되는 이들의 목소리는 과연 잘 전달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것은 오늘의 연극에 어떠한 흔적으로 남을 것인가.

 

1회 인권연극제는 오는 17일 오후 5시 서울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열리는 개막식을 시작으로 11월 15일까지 한 달 동안 진행된다. 각 공연 티켓은 개별 공연 현장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프리패스티켓'(5만 원)을 구매하면 연극제의 모든 연극을 관람할 수 있다.

 

- 인권연극제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hrtfesta?fref=ts
- 인권연극제 블로그 http://hrtfesta.tistory.com



강혜민 기자 skpebble@bemino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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